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과 숙면을 취하는 것, 이른바 꿀잠을 자는 것과는 어떤 상호 관계가 있을까?
나는 지난 26년 동안 살아오면서 내 의지대로 잠을 자고 깬 적이 별로 없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마법처럼 잠이 들어 하루를 마감하고, 또 내가 원하는 시간에 마법처럼 깨어서 하루를 시작하는 삶. 어찌보면 모든 사람들이 숙면에 대해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자유의지대로 자신의 생활리듬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 그것은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역설적으로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몸은 기계처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방식으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나'에 대해 올바르게 알기,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내게 맞는 수면 습관을 적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의 몇가지 사항은 나 자신의 숙면을 위해 내리는 적합한 지침이다. 이는 과학적으로 뒷받침 될만한 근거는 부족할 지 모르나, 경험으로부터 얻은 나름의 지혜나 다름없으니 잊어버리지 말고 잘 참고해보도록 하자.
1. 늦게 잠이 들거나 잠이 잘 오지 않더라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나는 자정이 넘어서도 잘 잠이 오지 않는 편이다. 집에서는 부모님을 따라 자정이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 잠이 오기를 청해보지만,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편안한 자세를 찾으려는 노력과는 반대로 머릿 속은 계속 깨어 있다. 그럴 때면 왠지모를 불안감이 엄습하곤 하는데, 보통은 잠이 들지 않으니 아침에 늦게 일어날 것이라는 걱정과, 늦게 일어나서 하루의 시작을 짜증으로 시작할 것 같고, 미리 세워 둔 계획에도 차질이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잠이 오지 않으면 여러가지 고민과 같은 생각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급기야는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들기도 한다. 모든 생활을 스스로 해야 했던 자취 기간에는, 밤이면 침대에 누워 내 맘처럼 안되는 어제에 대한 후회와 내일에 대한 불안을 느끼곤 했다. 그렇게 종종 밤을 꼴딱 새기도 했다. 하지만 잠자는 시간은 마음이 가장 편하고 근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다. 긴장을 풀고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마저 마음처럼 안된다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잠이 잘 오지 않더라도 '오늘은 몸이 덜 피곤한가 보구나'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되는 것이다. 머릿 속에도 여유와 휴식을 줄 때 비로소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2. 잠들기 전 뇌를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잠들기 전에 어느정도의 몸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데, 이를 어렵게 하는 자극적인 행동은 피해야 한다. 먼저 자기 전 2~3시간 전에는 야식과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먹더라도 맵고 짠 것이 아니라 과일과 같은 먹거나 물을 많이 마셔주는 것이 낫다. 무언가를 먹고 잠에 들면 자는 동안 그것을 소화해야 해서 몸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몸이 찌뿌둥한 듯이 무거운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속이 안 좋아 아침식사도 거르게 된다. 먹는 것 말고도 컴퓨터 게임이나 무의미한 인터넷 서핑, TV시청 등도 뇌를 자극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밤에 하는 운동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 잠들기 전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것도 잠을 방해하는 중대한 요인임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이런 자극적인 행동들은 잠이 안와서 불안할 때 찾기도 하는 데, 잠이 안 온다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더 잠이 안오며 결국 밤을 새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내 몸과 마음을 잘 돌아보고 자각하면 그런 행동들은 사실 필요하지도 않다.
3. 잠들기 전 독서는 자연스러운 취침을 유도한다.
무의미한 TV시청, 인터넷과는 반대로, 잠들기 전 독서는 자연스러운 취침을 유도한다. 나는 낮이던 밤이던 줄곧 누워서 책을 읽곤 하였는데 책의 장르와 내용과는 관계없이 잠이 솔솔 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자기 전 머릿 속을 정리하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일기를 쓰는 것보다 독서하는 것이 더 유용할 때가 많았다. 일기를 쓸 때는 오히려 여러 가지 상념에 빠져 들어 새벽을 꼴딱 새도록 하기도 하지만 독서는 나 자신의 상념에서 벗어나 머릿 속을 정리하게 해준다. 독서는 뇌를 스트레칭하듯이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 얘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머리 맡에 편안히 읽을 수 있는 책을 두고 잠자리에 들도록 하자.
4. 새벽형, 아침형 인간이 되려 애쓰지 말고 하루의 스케쥴에 맞추어 여유롭게 기상한다.
나는 사춘기가 오기 전 어렸을 적부터 자정을 넘어서 자는 적이 많았다. 보습학원을 다녀온 후, 나보다 늦게 귀가하는 형을 기다리면서 컴퓨터 게임을 하곤 했던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야자가 끝난 후 이어지는 기숙사 자습시간 때문에 늦게 잘 수 밖에 없었다. 거의 한 시를 넘어 자곤 했던 10대 시절을 지난 내게는 아직도 그 습관들이 체질로서 남아 있는 듯 하다. 스무 살 넘어 군복무 시절을 제외하고는 항상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나, 아르바이트도 밤이나 새벽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런 나에게 새벽형, 아침형 인간에 대한 관심은 모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입시 시절과 함께 자기계발적 서적들을 가까이 했던 내게는 새벽 4시 반에서 6시 반 사이에 기상하며 독서로 아침을 깨우고, 묵상과 계획표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이 로망에 가까웠다. 돌이켜보면 참 그 얼마나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들과 같은, 혹은 그렇게 가르치는 책들과 달리 그런 습관을 갖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고 나는 줄곧 스스로의 게으름과 낮은 의지력을 탓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내가 어떤 생활 리듬을 갖고 있는지 안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 들인다. 나는 아침형이나 새벽형 인간은 아니다. 그렇다고 밤에 활발한 올빼미 인간도 아니다. 밤 9시가 되면 피곤을 느끼지만 할 일을 마치고 난 뒤 자정이 되어서야 잠이 드는 것이 마음 편하다. 새벽 6시 반에 의무적으로 맞춰 놓은 알람은 듣지 못하지만 7시 반이나 그 이후는 꼭 일어나야 하는 일이 있다면 일어나고야 만다. 무리하게 일찍 일어나려 애쓰는 것은 의미가 없고, 차라리 아침잠이 많은 나 자신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많은 이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유가 사실은 학교나 직장처럼 꼭 지켜야 할 시간과 약속때문이다. 나는 이제 '아침형 인간 = 부지런한 사람 = 성공하는 사람' 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깨고 내 체질과 생활 리듬에 맞는 숙면과 기상을 할 것이다.
5. 아침 식사를 꼭 하도록 한다.
옛말에 '배꼽시계'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몸은 평소의 습관대로 맞춰져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제때에 식사를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건강에도 좋은 일이다. 조금 먹더라도 아침 식사를 꼭 함으로써 아침이 경쾌하도록 하자. 또한 위에서 먼저 얘기했듯 저녁 이후 먹는 것을 삼가고 배를 공복으로 만든다면 아침에는 저절로 일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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