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4일 금요일

산업공학이란? (1)

 2008년도에 수원 모대학 산업공학과(입학당시 산업정보시스템공학부)에 입학한 이후 나는 재학중일 때나 휴학중일 때나, 혹은 아예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나섰을 때나 항상 이런 질문을 받아 왔다.

 "산업공학과는 뭐하는 과에요?"

 "거기에서는 뭘 배워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때에 따라 1학년도 채 못마치거나 겨우 2학년까지 마쳤던 나로서는 내가 선택한 전공이 도대체 무엇을 배우고 사회에 나가서는 무엇을 하게 되는 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쩔쩔매곤 했다. 더군다나 학교를 다녔다는 그 2년마저도 제대로 출석하고 정상적인 학점으로 학기를 마친 적이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결국 나는 그런 질문을 해오는 사람들에게 내가 인터넷이나 친구에게 들은 것으로 두루뭉실하게 설명하거나, 가끔은 내가 모르는 것까지 아는 것처럼 설명하곤 했다. 그리고 그 뒤에 남는 찜찜함이란... 말할 것도 없이 기분을 이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사실, 그래도 내가 선택하고 입학한 전공인데 산업공학에 대한 탐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입학한 전공이 아니었기에 나는 내 전공에 대한 수많은 호기심과 의심, 회의를 거치며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산업공학에 대한 설명과 정보를 수집하곤 했다. 도서관에서 '산업공학개론'이라는 책을 빌려다가 훑어보기도 하고, 졸업을 앞둔 친구들에게 산업공학이 도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만족스러운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도대체 왜 우리 학교에는 1학년때 산업공학개론이라는 과목이 없는 것일까?' 1학년들을 대상으로 과에 대한 이해와 비전을 공유하는 기회가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는 아쉬움과 함께, 저마다의 과목 안에서만 나뉘어 가르치는 교수님들께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한편으로 1학년 때 친구들과 의무적으로 가입한 소학회는 신입생들을 상대로 진로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제공하기 보다는 두서없이 난해한 과제만 던져주었던 기억이 난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 내가 경험하고 이해한 것을 토대로 내가 전공을 이해하는 데 실패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첫째는, 스스로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의 부족이고,  
둘째, 전공 공부의 소홀히 한 것,
마지막으로, 학습 커뮤니티의 부재이다.


 첫째, 스스로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의 부족.

난 줄곧 누군가가 산업공학에 관해서 전반적으로 설명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교수님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질문하거나, 선배들을 통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을 찾아다니며 중구난방으로 모으곤 했다. 조금 더 전문적이거나 넓은 식견을 가진 자료들을 통해 전공에 대해 공부했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홀로 고민하며 뜬구름 잡듯이 접근해왔다. 한편으로 내가 전공을 이해하는데 더 방해가 됐던 것은 바로, 내가 가진 산업공학에 대한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이른바 '편견'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였다. 

 나는 학창시절 진로에 대한 충분한 고민없이 대학 진학을 했다. 사춘기를 지나기 전까지 내 꿈은 항상 '화가'와 '만화가'였고, 너무 어렸기 때문인지 그 꿈에 대해 현실적으로 고민하며 접근하지는 못했다. 고교입시를 전후로 본격적인 대학입시체제 안으로 들어간 나는 경쟁적인 학내 분위기와 3년내내 하루종일 '상위권 대학 합격'이라는 지표에 모든 것이 맞추어지는 학교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주 1시간이었던 체육시간마저 자습시간으로 돌려버리고 더이상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미술과 같은 과목은 내 마음에서도 멀어졌다. 상위권을 유지하다가 고교 2학년 때 크게 방황을 한 후 떨어진 성적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운 때문인지 자식 뒷바라지에 기하는 부모님의 노력 덕분인지 상위권 대학에는 합격했지만, 그것이 내가 이룬 성공인지는 한참이나 납득하지 못했다. 나는 수시지원을 통해 수도권소재 A대학 산업공학과(입학당시 산업정보시스템공학부)에 합격했다.

 내가 체제 안에서 겪었던 소외감과 피로는 체제에 대한 반향으로 나타났고, 대학에 진학한 후 '학교를 벗어난' 진로탐색은 내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교수님을 융통성없는 권위주의의 실체로 규정하고, 대학을 취업과 실적에만 매달리는 조직으로, 산업공학과 졸업을 사회와 학문에 대한 성찰없이 취직을 위한 공부만 하는 전공으로 취급했다. 전공에 관한 태도는 고교에서 겪었던 이공계에 대한 스트레스의 반영이기도 했다. 회의적인 시각의 일부분은 아직도 그 불씨를 내 안에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좁은 시야를 가지고 성급하게 판단한 것이었다. 

 교수님들은 그저 시스템 안에서 방향만 제시할 뿐 선택은 내 몫이며, 대학 교육은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냐에 따라 딱딱한 것이 될 수도, 말랑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산업공학과 졸업 더 나아가 공과대학의 의미는 개개인이 공학이라는 학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학, 과학의 무덤이 될 수도, 창의의 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시스템과 개인 모두의 몫인 것이다. 어쨌든 나는 대학보다는 외부활동을 즐기며 한편으로는 인문대, 사회과학대로의 전과를 생각하거나 미대입시로의 전향을 꿈꾸기도 하였다. 

 크고 작은 경험들을 통해 나는 산업공학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내 꿈과 사회에 대한 생각에 공학적인 마인드를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실 대학생으로서 필연적인 과제이며, 호기심으로서 연구해 나갈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의 전환이 내가 학교에 복학한 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공부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는 앞으로 졸업까지 2~3년간, 그리고 그 이후 평생동안 견지해나가야 할 자세인 것이다.


 둘째, 전공 공부를 소홀히 한 것.

첫번째가 태도에 관한 것이라면, 이것은 실행하는 행동에 관한 것이다. 공부에 있어서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성과가 날 것인가 아니면 공부를 잘 해야 적극적인 동기가 생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와 다름 없을 것이다. 대학 공부를 성실히 하는 것은 창의적 사고의 밑거름을 쌓는 것과 같다. 지식과 지혜의 기초를 다니는 것이다. 나는 그 동안 대학을 다님에 있어서 성실하지 못했다. 공부를 해야 할 충분한 동기를 가지지 못했을 수도 있고, 충분한 공부 습관이 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해나갈 공부에 있어서는 개념과 기초를 탄탄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 수업은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자습이 안되고, 자습이 안되니 시험을 못보고, 시험을 못보니 모든 것에 의욕이 없고, 악순환이다. 학교 수업을 중심에 놓고 그것을 통해 남는 시간을 부족한 점을 채우는 데 사용하고, 호기심이 가는 것을 학교 수업에 연관시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실 공학이라고 해서 하는 일이 '공장', '대기업', '연구'에만 국한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열 살 짜리 어린 애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세상에 주의를 조금만 기울여 보고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세상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지금 내가 하는 공부가 나만의 관점, '나만의 언어'를 형성하고 창조의 세상으로 인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학습 커뮤니티의 부재.

친하게 지내는 같은 과 동기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은 부족한 나와는 다르게 모두 졸업을 하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친구들이 나보다 우월하다는 비교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학습 커뮤니티에 관해 본받을 만한 점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사실 학교 교육 시스템 상에서, '개론'을 통해 전공에 대한 방향을 안내하고, 지도 교수님이 진심어린 상담으로 편견없는 진로탐색을 도우며, 소학회 같은 학내 커뮤니티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한 학습 연결망을 통해 학교 생활이 즐겁고, 토론과 사유가 가득하다면 어떨까?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대학의 모습이 만들어 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 커뮤니티의 존재는 필요하고, 유의미한 것이다. 내 친구들은 같은 학번 동기로 만나서 4년여동안 많은 시간 같은 수업을 들으며 서로에게 정보를 공유해 왔다. 굳이 스터디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친구로서 만나며 서로에게 배우고, 또 가르쳐 왔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을 버티고 또는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속에서 성장한 것이다.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자발적인 스터디 모임이 대부분의 수업에서, 특히 전공 수업에서는 필요하다. 거기에는 커뮤니티를 통해 모르는 것을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도 있지만 무엇보다 수업을 조금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든다. 단순히 과제를 베끼는 수준이 아니라면 스터디 중에 다양한 대화가 나올 수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백에 한 가지라도 전공을 응용할 수 있는 직관이나 실마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한 수업의 스터디보다는 과 전공의 전체적 맥락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과내 학습 커뮤니티에서 잘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직한 소학회의 모습은 이런 학내 분위기를 만들고 장려하는 형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학교에 돌아간다면 이런 생각을 학내에서, 혹은 학내에서 힘들다면 먼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내 지식을 연결하고 응용할 수 있는 연결망을 갖출 것이다.


 이상으로 내가 산업공학과에서 멀어진 이유와 앞으로의 의지를 확인해보았다.
다음에는 그렇다면 '산업공학과란 도대체 어떤 곳인지' 정리해 보도록 하자.




그 전에 앞서, 산업공학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자료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산업공학과 소개 자료>
1.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UCC


  

 예전에 우리 학교에 방문한 안영일 강사님(doertalk.org)의 홈페이지를 통해 얻은 자료로, 산업공학 태동의 역사에 대해 프레지를 통해서 잘 정리해놓았다. 역사적 맥락을 따라 산업공학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해서 가장 좋아하는 자료이다.

2. 인하대 산업공학과 UCC

 


 학생의 눈높이에서 실생활에 관한 산업공학적 시각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기업내 산업공학 전공자 인터뷰가 들어있어서 기업내에서 산업공학의 쓰임과 위치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산업공학개론>

 1. 전북대 산업시스템개론

 


전북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의 개론강의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www.keris.or.kr)에서 제공하는 대학무료강의 오픈코스웨어 사이트(www.kocw.net)에서 학습할 수 있다. 생산시스템, 설비배치, 인간공학, 품질관리 등 산업공학 전반에 관해 기본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 총 10강의 구성되어 있다.

 2. 한양대 산업공학개론



한양대 산업공학과의 개론강의로 한양대 공개강의이며 유튜브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총 10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산업공학응용 관련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고 바로 앞에서 강의를 듣는 것과 같은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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