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아빠 가난한아빠(Rich Dad Poor Dad)>라는 책에 나오는 금융 교육게임 <CashFlow(캐시플로)>를 하기 시작했다. 일회성의 보드게임이지만 자연스럽게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여러번 플레이할 생각이다. 안드로이드 어플 버전으로 나와 있는 것을 했는데, 유료 앱이라 약 3.3달러를 지불하고 구입했다. 의외로 쉽고 재미있었다! 몇년전에 <부자아빠 가난한아빠>책을 처음 보고서는 이 보드게임의 정식판을 구입하려 했으나, 한글판은 이미 절판이고 영어판을 구입하려고 했더니 가격이 약 200달러 정도해서 포기했었다. 그래서 PC게임으로 나온 것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플레이 해보았었는데, 느린 게임진행과 유아적이고 산만한 인터페이스,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영어를 일일이 해석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그만두었었다. 하지만 이번에 해본 스마트폰 어플은 굉장히 쉽고, 직관적이면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도 할 수 있어서 오래 즐길 수 있었다.
이 게임은 <부자아빠...>책에 나온 중심 철학이 거의 반영되어 있는데, 재무제표를 통해 자신의 월 수입과 지출, 자산목록을 들여다보면서 알맞은 투자를 하고, '쥐 경주(Rat Race)'라고 불리는 끝없는 노동의 굴레에서 탈출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한다. 이 게임을 해보니 열심히 일해서 매달 받는 월급이 지출에 견주면 얼마나 작은 것이고, 얼마나 각종 대출상환이자와 양육비, 세금같은 것에 거진 소모되고 마는지 알 수 있었다.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면서 몇 년을 반복한다면 '언젠가'는 빚에서 탈출하고 꿈을 이룰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이 얼마나 모래성 같은 것인지 알게 되었다. 게임을 하는 내내 갑작스럽게 'Downsize'되어 월 수입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출해야 했으며, 부양해야 할 자식이 태어나 지출은 늘어만 갔다. 처음에는 집 담보를 포함한 대출금 전부를 갚고나서 자산을 구입하는 것이 옳은 줄 알았으나, 과연 다 갚을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돌발적인 상황에서의 지출이 잦았고, 다른 일은 할 수도 없이 몇턴 동안 월급만 받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이 쳇바퀴에서 탈출하려면, 부채가 아니라 실제로 가치를 가지는 자산을 구입해나가야 하는데, 이 자산이 일정한 잉여자금을 벌어다줄 경우 그 금액이 'cash flow'라고 할 수 있다. 위 그림처럼 'cash flow'는 690달러인데, 이는 고정수입으로서 매달 노동을 해야만 얻는 수입과 달리 플레이어(투자자) 본인이 일을 하지 않아도 매달 들어오는 돈이다. 말그대로 돈으로 구입한 자산이 돈을 버는 것으로서, 이 고정수입이 매달 지출을 앞서게 되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복적인 노동에서 자유로워지고, 꿈을 향해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돈으로 돈을 번다", "돈이 돈을 낳는다", "돈이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한다"라는 말이 여기에 꼭 들어맞는 말인 것이다. 첫번째 게임에서 실패한 것을 토대로 두번째 게임에서는 지출을 제한 잉여수입을 통해,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투자했던 부동산과 주식이 대박을 내면서(?) '쥐 경주'를 탈출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와 같이 투자에서 크게 성공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투자의 의미와 중요성은 알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적금을 들어야만 할 것 같은 마음도 들게 되었다.
게임상에서 '쥐 경주'를 탈출하게 되면 'Fast Track'이라는 곳으로 말을 옮겨 움직일 수 있는데, 그림의 원모양의 굴레가 '쥐 경주'라면 바깥 테두리를 돌고 있는 것이 'Fast Track'이다. 여기서는 부자의 삶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 'cashflow'를 통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도 만날 수 있다.
이 게임을 우승하기 위한 두번째 목표가, 더 높은 목표의 'cashflow'를 달성하거나, 플레이어의 꿈에 해당하는 칸에 말이 도착하여 그것을 구입하는 것, 즉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잡아서 그 꿈을 이루는 것이다. 위 그림에서 플레이했을 때 내 꿈은 'fish cabin in Montana Lake', 즉 호수 근처에 낚시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통나무 별장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내 두 번째 꿈은 아빠가 낚시를 할 수 있고 엄마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을 갖는 것, 이 게임처럼 현실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게임을 현실에 적용해보기 위해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재무제표와 똑같이 엑셀을 통해 만들어 보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현실의 수입과 지출목록은 더욱 복잡하고, 게임처럼 모든 지출이 예산에 편성된 듯이 움직일 수 없는 법이다. 따라서 현실과 밀접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번거로운 작업이 자동화되어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봤다. 역시 예전에 잠깐 사용해봤던 '네이버 가계부(http://moneybook.naver.com)'가 가장 잘 구성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이전처럼 도중에 그만두는 일 없이 꾸준히 사용한다면 정말 유용한 프로그램일 것이다. 핸드폰 앱과 동기화도 되니, 다시 한 번 나의 재무제표, 가계부를 작성해보면서 'Cashflow'게임과 같은 철학으로 내 미래를 설계해 보아야겠다. 사실,
게임 내에서도 'startup part time'이라고 해서 등장하는데, 이처럼 자신의 경력을 통해 프로젝트나 사업을 구상하고, 이에 투자를 하여 '쥐 경주'를 탈출하는 일이 가장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혹은 '적게 벌어 적게 쓴다'는 말처럼 불필요한 지출을 크게 줄여 정기 수입을 늘리고, '쥐 경주'에서 탈출할 수 있는 목표치를 낮추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결국 부자가 되는 길은 적당히 쓰고, 적당히 벌더라도, 빚을 줄이고, 실제 가치가 있는 곳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게임에서처럼 돈의 흐름을 정기적으로 확인, 기재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습관일 것이다. 내 삶을 게임처럼 적극적으로 즐겨보자.
(ps. 게임 내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이는 '기부' 시스템이다. 게임 내에서 기부를 하게 되면 주사위가 하나에서 2개로 늘어나서 게임을 더 빠르고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교육용 프로그램이다보니 아이들에게 기부의 중요성과 의의를 가르쳐주기 위함인 것 같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책에서도 나온다.)
(ps2. 140916. 이 게임은 서너 번 플레이 한 후에는 더 즐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첫번째로 어느정도 요령만 익히면 운빨에 기대서 게임을 이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고, 두번째로는 게임에서의 투자방식이 실제 세계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는 대부분의 투자정보를 조건 없이 제공하고, 그 정보는 틀린 적이 없고 좋은 결과만을 낸다. 이를테면 게임 내에서는 오를 것이라 전망되는 주식을 사놓으면 당연히 올라서 수익을 얻고, 부동산을 사놓으면 좋은 값으로 매매되며, 사업을 시작하면 항상 번창한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그렇게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으며 확실한 투자의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렵고 그에 대한 대가가 충분하며(주사위 던지고 카드 몇 번 뒤집는 행위와 다르게) 투자의 효과역시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아직도 이 게임의 개발자이자 '부자아빠'의 저자인 기요사키의 투자 방법이 그저 투기에 가까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잣대가 무엇인지 확실치 않지만, 그간 기요사키가 걸어온 길을 신문 기사를 통해 접해 보면 그리 바람직해보이지는 않는다. 소유 기업의 부채 탕감을 위해 충분한 자산이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기업을 파산시키는 편법을 쓰거나, 수익을 내기 위해 살지도 않는 집을 사고 되파는 행위가 그러하다. '부자 아빠' 책의 발간 스토리에도 이처럼 불투명하고 꺼림칙한 의혹이 제기됬었다. 그것은 기요사키가 자신의 책을 집필해 줄 사람을 구하지 못하던 와중에 한 사람이 책을 내주겠다며 접근해왔는데, 그가 제시한 조건은 책에 이런 내용을 추가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이른바 '네트워크 마케팅'이론으로 요즘말로 바꾸면 '다단계' 사업이다. 피라미드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간 관계의 고리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 그 폐혜가 익히 알려져 있다. 이 이론이 긍정적으로 소개되도록 기요사키에게 거래하였다는 것인데, 하나의 의혹에 해당하지만 책에서 기요사키가 주장하는 핵심 메시지와, 역시 책에 나오지만 사족에 불과한 네트워크 마케팅이 크게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어쨌든 내가 이 게임과 책을 통해 인식하고 싶었던 것은 돈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 그 공부를 하고 있는가? 요즘 난 너무도 심연 속에 빠져있다. 마치 헤어 나올 수 없었을 것 같았던. 공부도 노는 것도 어느 것도 하지 않은 채 두려움에만 갇혀 있었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멈춰 있었는가? 그렇지 않다. 당연히 세상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살아나가려면 세상에 대한 공부와 함께 일자리를 얻고, 또 일자리를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이룰 식량을 갖춰 나가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다시 돈에 대한 공부도 해 나가자. 가계부를 쓰고, 절약을 해나가자. 난 할 수 있다.